#8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있는 동해 천곡천연동굴

2016. 12. 16. 00:00국내여행/2016 강원

아파트 단지 사이, 천곡천연동굴


 동해에서 태백으로 넘어가기 전에 어디 한 군데 더 구경하자하며, 미리 검색해뒀던 '천곡천연동굴'에 들렀다. 도착지는 가까워지는데 주변 경관이 이런 '천연동굴'이 있을 법한 모양새가 아니라서 의아했다. 정말 '천곡천연동굴'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안전모를 하나씩 착용한 후 깊은 동굴로 천천히 내려갔다.


기이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까지 하던 동굴!

색색의 조명으로 밝혀 놓아서 다행이었지, 처음 이런 곳 탐사할 때는 그 어두움에 떨릴 것 같다.

왼쪽 아래는 자라다 똑 끊어진 종유석, 오른쪽 아래는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다 결국 만난 석주다.


지하수가 흘러서 바닥은 아예 진흙인 곳이 많았다.

종유석이나 석순은 딱딱하니까 바닥도 딱딱할 줄 알았는데, 정말 부드러운 점토질이었다.


도대체 이런 이름은 누가 붙이는 것인지, 어딜 봐서 사천왕이고 어딜 봐서 마리아일까.

그냥 흩뿌려진 것 같은 별과 별을 이어 그림을 만들고, 별자리에 이야기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신기한 석순 이름 짓기.



정말 그 크기가 어마무시했던 종유석이다! 이게 무려 2톤 이상의 무게로 추정된다 한다. 주변에 익숙한 사물이 있으면 사진으로도 그 크기가 실감날텐데, 위압감이 담기지 않아 아쉽다. 한편 사람이 출입하게 되면 목소리나 걸음에 의한 진동이 생길텐데 그로 인한 동굴의 훼손이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슬쩍 만져보는 사람도 많아 변색된 종유석도 많았으니......


겨우 5cm 남짓 떨어진 종유석과 석주. 이것을 보고 채환이가 "어! 곧 있으면 붙겠다!"라고 말했지만, 그런 관람객의 생각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안내문에 이 5cm 거리에 있는 종유석과 석주가 만나려면 200년에서 30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 깜짝 놀랐다! 고작 손가락 하나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토록 긴 긴 시간이 필요하다니.

 유난히 안전장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던, 아주 어둡고 깜깜한 이곳은 '저승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 와중엔 동물의 뼈도 전시되어 있어서, 이름에 걸맞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따. 어느 부분에서는 천장이 낮아 허리를 굽히고 조심히 걸어야 했다.


허술하게 마련된 비디오 상영실에는 마네킹과 해골 모형을 가져다 놓고 귀신의 집 같은 느낌을 내보려 무던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공포체험 포토존'이라며 마련된 곳은 하도 어설퍼서 웃기지도 않은(ㅋㅋㅋㅋㅋ) 인형과, 아주 안 어울리는 의자가 있었는데, 그래도 만든 사람 뿌듯할 만하게 채환이는 슬쩍 만져보고 "으어어어어어어허허허허헣ㅎㅎㅎㅎㅎ"하며 웃었다.


 태백시 시내에 있던 '웰빙 옹심이콩나물국밥'집에서 마마무의 사인 인증을 발견했다. 옹심이 국밥은 처음 먹어봤는데, 쫄깃쫄깃 하면서도 밀가루 반죽과는 다른 식감이 신기했다. 반 정도는 맛있게 먹었는데, 원래부터 전분기 있는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다 먹어갈 쯤엔 조금 느글거리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는 정말 맛있게 드신 걸 보면 입에 잘 맞으셨나보다.


 "강원도 어때?"하는 엄마의 제안으로 즉각 달려온 강원도! 무계획으로 오게 되었지만 오히려 촉박한 일정이 없고 계획을 그르칠 날씨도 신경쓸 필요가 없어 더욱 여유로웠다. 관광객 많은 정동진에서는 숙소를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는데, 심지어 민박 한 곳을 들어갔다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시설에 채환이가 엉엉 울어버리기까지 했다! 누가 언니 동생 아니랄까봐, 분위기 따지는 건 첫째랑 막내가 똑같다며 엄청 웃었다. 그래도 민박을 빠꾸 놓은 채환이 덕에 꽤나 깔끔한 숙소에서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었다!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단 밥 시간에 근처에 있는 맛있어 보이는 메뉴를 골라 들어가는 가족이라, 식사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역시 계획은 기대를 낳고, 기대는 실망을 낳으니 되려 무계획이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한다는 걸 너무 잘 보여준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 막 물들기 시작하는 태백산의 단풍 구경도 덤으로 얹혀, 귀경길까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