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누운오름로 메밀밭 & 나홀로나무 & 새별오름

2016. 11. 1. 23:32국내여행/2016 제주

누운오름로 메밀밭


 줄창 바다만 보고 왔더니 협재 해변이 아름답다해도 감흥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아 바로 오름을 오러 가기로 했다. 앤트러사이트에서 나홀로나무를 찍고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의 한적한 도로였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고 뒤에서 차가 따라붙어도 추월하라고 보내주기도 쉬워 마음 편히 달릴 수 있었다. 가는 길 오른쪽으로 하얀 꽃밭이 펼쳐졌다. 분명 사람이 가꾸는 밭인 것 같은데 만개한 꽃으로 가득하다는 게 의아했다. 그게 메밀꽃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길 옆으로 공간이 넉넉하기에 스쿠터를 멈추어 두고 꽃밭 가까이 다가갔다. 흐드러진 하얀 꽃이 한창이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메밀꽃 필 무렵 中


 밤에 달빛을 받는다면 정말 소금을 뿌린 듯한 광경일 것 같다. 향토적인 느낌도 물씬 풍기는 꽃이다.


 예쁘게 사진을 찍어보려고 흔들거리는 돌담을 조심조심 밟고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 앉았다. 돌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얹어진 것이다 보니 겨우 2미터 채 안 되는 거리를 가면서도 아슬아슬했다. 타이머로는 절대 여러 장 찍을 수 없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전날 밤 태블릿으로 리모컨 조종이 가능해져서 10인치짜리 태블릿을 들고 가 찍었다. 돌담 위에서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커다란 태블릿까지 챙기느라 정말 애먹었다. 헬멧 벗기가 귀찮아 쓰고 찍었다가 안 예뻐서 벗었는데 그게 또 하필 밭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헬멧 주워오겠다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메밀밭에서 성이시돌 목장 앞을 지나 나홀로나무까지 가는 길이 몹시 예뻤다. 동영상을 찍고 싶을 만큼 예뻤지만 위험에 대한 걱정과 그냥 눈으로 담고픈 마음에 혼자 만끽하며 지나왔다. 차로 천천히 운전하며 지나왔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스쿠터 운전에 집중하느라 100% 누리지 못한 게 아쉽다.




나홀로나무(왕따나무)



 하필 내가 딱 주차를 하고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데 우글우글한 웨딩촬영 팀이 한 발 빨랐다. 그래서 멀찍이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주변에 나무 한 그루 없다보니 뙤약볕 밑에서 리모컨 설정이나 조정하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내 뒤로 한 커플이 더 오더니 웨딩촬영 하는 것을 보고 툴툴거렸다.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뒷 사람 먼저 좀 찍게 하지… 쯧쯔으."


 그런데 뒷 상황을 보니 이 팀이 다른 팀들을 기다려줬다가는 한도 끝도 없었을 뻔 했다. 내 차례가 될 즈음 뒤에 두어 커플이 더 와서 줄 뒤에 섰기 때문이다. 카메라 위치가 어디가 적당할까 보려고 살짝 앞으로 가져갔더니 뒷 사람들도 내 카메라 삼각대 있는 곳까지 줄줄줄 따라왔다. 다시 뒤로 가기도 애매해져 버렸다. 내가 찍는 동안 뒷 팀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그나마 찍은 사진 대여섯 장도 표정이 아주 세상 모든 어색함은 내가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예쁜 사진을 건지고 싶어 찾아간 곳이었는데…….




새별오름


 나홀로나무에서도 보이는 새별오름. 이번 제주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이다. 가을이면 따뜻한 느낌이 물씬 나는 억새가 온 오름을 뒤덮는다 하였는데, 억새의 경치가 절정이 되기엔 아직 이른 때였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처음 들어왔던 곳쪽이 올라가는 길인 것 같아 그 가까운 곳에 스쿠터를 주차해두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막 입구엔 정자도 하나 있었다. 여름이 아니라 그늘이 아쉽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경치와 썩 어울리는 건축물은 아니었다. 여름에 왔다면 주변에 딱 하나 있는 이 그늘이 굉장히 간절했겠지.


 노랗게도 보이고 언뜻 언뜻 분홍색, 오묘한 보라색도 비치는 오름이었다. 예쁜 오름으로 소문이 난 곳이기에 예쁜 사진을 남기겠다고 카메라에 삼각대, 리모컨 역할을 할 태블릿, 핸드폰, 포켓파이까지 모두 챙겼다. 혹시나 오름에 오르면 추울까 싶어 우비까지 챙겼다. 완벽한 오산이었다. 아, 생각보다 경사가 있었고, 5분 정도 지난 후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오름에 비해 오르기 쉽고 낮은 오름이라 해서 언덕배기 정도로나 생각했지, 이럴 줄은……!


힘듬 + 만족



 카페에서 출발해 나홀로나무를 향해 갈 땐 하늘이 청명했는데, 새별오름에 오르는 사이 하늘이 조금 흐려져 있었다. 해 질 시간이 머지 않아서인지 저녁의 기운도 감돌았다.



 동서남북 배경과 함께 셀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