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에서

2016. 10. 5. 22:25국내여행/2016 제주

김포에서 제주까지


 탑승수속은 20분 전에 마감한다는 공지가 있어, 1시에 딱 맞추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메일로 받은 여정안내서에는 '구매하신 항공권은 전자항공권(e_Ticket)으로 실물 항공권 없이 공항에서 바로 탑승수속을 받으시면 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글자 곧이 곧대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수속'을 바로 밟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쫄랑쫄랑 출발장으로 향했다. 사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어디로 가야하나 당황하긴 했는데, 통화중이던 오빠가 전화기 너머에서 말하길, 너는 이미 티켓을 끊은데다 거기에도 바로 탑승수속 받으면 된다니까 바로 출발장으로 가면 돼, 하고 호언장담을 해서 그 말대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에 발견한 아시아나 카운터에 '발권'이라는 글자와 함께 '탑승수속'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니 탑승수속을 왜 카운터에서 하지? 의문이 생겼는데 오빠는 아휴 걱정 말라고, 바로 출발장에 가면 된다며, 자기 말을 들으라고 아주 자신있게 장담을 했다. 그렇지만 이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혹시 정말 혹시 모르니 물어보고나 가자고, 카운터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제가 이렇게 전자항공권을 끊었는데요, 바로 출발장으로 올라가면 되나요?"

 "아뇨! 여기서 탑승수속 받으셔아죠."


 오빠의 뻘쭘함이 이어폰을 타고 나한테까지 느껴졌다. 웃음을 참느라 어찌나 힘들던지. 알고보니 탑승수속은 좌석을 지정해 탑승권을 발급 받는 것부터 신분 확인, 보안 검색대 통과, 항공기 탑승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것이었다. 신분 확인을 위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기에 아주 당당하고 뿌듯한 얼굴로 바로 전날 발급 받은 따-끈-따-끈한 운전면허증을 내밀었다. 운전면허증이 세상에 나와 내 신분증 노릇을 한 첫 경험이었다! (이 뿌듯함을 듣고 엄마와 아빠는 우스워했지만.)



 고작 50분 남짓 타고 가는 비행기지만, 기내식은 못 먹어도 음료수 한 잔의 행복은 누릴 수 있었다. 오빠는 전에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에 들어버리는 통에 기내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며 몹시 아쉽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눈을 떠 보니 주무시고 계셔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지 못했다고, 필요하시면 호출해달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단다. 그래서 한 잔 부탁하려던 찰나, 착륙안내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고.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제주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등받이와 테이블은 제자리로 ……."


 그렇게 음료 한 잔 마시지 못하고 내려야 했던 것이 천추의 한이라도 되는 양 말하는 오빠는 나더러 꼭 토마토 주스를 마시라고 했다. 창밖을 쳐다보던 나도 깜빡 잠이 들었는데, 부산스러운 소리에 깨어났더니 끌차가 막 옆에 와있었다. 무엇을 마시겠냐고 묻는 승무원의 미소에 오빠의 말이 생각나, 미소로 화답하며 토마토 주스를 청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공교롭게도 딱 내가 여행하는 3일 동안 비 소식이 예고되었다. 시원할 9월 말에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맑은 바다를 보러 정한 날짜였는데, 이게 뭐람! 제주 날씨는 워낙 변화무쌍해서 내일의 예보도 확실하지 않다고 하니, 그 한 줄 희망을 붙잡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구름이 낮게 깔려 창 밖의 풍경이 무척 다이나믹했다. 상공으로 올라가는 비행기가 구름을 통과하는데, 휙휙 지나가는 구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참, 그리고 갤럭시노트7의 폭발 가능성 때문에 기내에서 이 기종은 충전을 하지도, 전원을 켜지도 말 것이 권고되고 있었다. 전세계 모든 비행기에서 이 사항이 공지되고 있을테니, 삼성의 공짜 광고 스케일이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토마토 주스는 두 잔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