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먹거리로 요즘 핫한 제주 동문시장

2016. 9. 19. 12:53국내여행/2016 제주

제주 동문시장

요즘 각 지역의 재래시장이 엄청 뜨고 있다. 기존 시장의 향토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몇몇 곳이 유명해지더니 SNS 파워 덕에 여행지 필수 코스 급이 되었다. 제주에서 촬영한 몇 프로그램에 동문시장이 등장하면서 이곳도 굉장히 유명한 곳이 된 모양이다. 인스타에 검색해보면 어마무시하게 많은 곳들이 뜬다. 그래서 숙모도 무엇을 먹을 지 손에 꼽으며 기대하고 계셨다,


가장 먼저 사 먹은 것은 입구 쪽에 위치한 음료수! '제주스'라는 테이크 아웃 카페인데, 신기한 메뉴가 많았다.

 나는 녹차프라푸치노, 숙모는 한라봉 라떼를 주문했다. 녹차프라푸치노는 가루를 엄청 많이 넣었는지 되게 걸쭉하고 진했다. 먹다 목 막히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 숙모가 주문한 한라봉 라떼는 첫 한 두 입은 낯설고 신기한 맛에 오오오 하며 삼켰지만, 계속 먹자니 뭔가 이상하게 안 어울리는 맛이었다. 흔히 먹던 커피 시럽의 단 맛과 한라봉청의 단 맛이 분명 같지 않아서, 시큼하게 단 커피가....

(근데 내가 마신 게 녹차프라푸치노인지 녹차라떼인지 헷갈린다. 너무 오래 되어서 ;;;;)


신기한 걸 많이 팔긴 했다.


맨날 까놓은 속살만 봤던 용과! 애슐리의 그 유명한 메뉴에 들어가는 과일인데 생긴 게 엄청 화려했다. 그리고 하나 가격도 되게 비쌌다.


SNS에 많이 올라오던 대게 고로케집! 대게그라탕(\3000)도 파는데 그건 별로 맛이 없다는 평이 많아서 고로케랑 꼬치만 사먹었다. 고로케는 개당 \2500, 꼬치는 개당 \3000이었다. 고로케는 치킨불고기를 먹었는데 진짜 대게 다리살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있었다. ㅎㅎㅎ 그런데 전주에서도 느낀 거지만 이런 먹자골목에서 파는 대부분의 먹거리들이 3000원 안팎의 가격인 거 같은데,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이런 거 하나에 3000원이다 하면 절대 안 사먹을 비싼 가격이 이렇게 골목 줄줄이 있으면 사먹어진다. 2500원이라니 되려 싸보이기까지 한다.


맛있긴 했지만 기대하고 먹진 않는 게 좋겠다.


삼둥이가 먹어서 유명해졌다던 FBI! 한라봉 주스랑 빙수 둘 다 먹었다. 추천할 만했다.


위쪽은 한라봉 맛이 나는 얼음이고 아래쪽은 그냥 얼음 + 연유인데, 먹다보면 살짝 느글거리게 달다. 그래도 나중에 채환이가 다른 곳에서 사온 빙수도 먹어봤는데 이쪽이 더 낫긴 했다. 이 빙수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은 맨 위에 꽂아진 하르방 빵이었는데, 갓 구워낸 바삭한 걸 올려줘서 좋았다. 어디 지역을 가도 모양만 다르지 맛은 똑같은 그런 빵이었는데, 여러 개 사서 먹으면 평범하다고 느낄 것 같고 이렇게 아쉽게 하나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동문시장 밖으로 나와 건너편으로 건너오니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초등학생 / 중학생들이 나와 MC도 보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었는데, 공연이 다 끝나니 체험부스가 오픈했다. 성인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기에 아까부터 흘깃거렸던 천연 버물리 만들기 부스 앞에 냉큼 앉았다.


안 그래도 전날 카약 타면서 보기를 열 댓 방 물린 바람에 다리며 팔이며 말이 말이 아니었는데, 적절한 아이템을 얻었다 ㅋㅋㅋㅋ


 채환이는 드론 체험을 했다! 드론이 고장이 난 듯 해서 옆의 중학생이 엄청 낑낑대며 고쳐오고 날리는 걸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거 누가 날리라 그랬어!"

난데없이 크게 역정을 냈다. 밖에서 날리면 위험하니까 천막 안에서만 날려야 하는데 왜 밖으로 가지고 나와 사람들 머리 위로 날리게 했냐며 중학생을 붙잡고 소리 소리를 질렀다. 학생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채환이도 악소리에 깜짝 놀라 막 날렸던 드론을 얼른 챙겨와 반납했다. 그런데 아저씨의 호통이 끝없이 이어졌다. 보아하니 담당자인 것 같았는데, 애를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쥐 잡듯이 잡던지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할 지경이었다. 더구나 내 동생을 도와주려고 애쓰다 그렇게 혼이 난 거라 어깨가 축 처진 채 바닥을 보며 혼나고 있는 학생에게 미안했다.

 보다 못한 숙모랑 아빠가 담당자에게 한 마디씩 했다. 아무리 잘못한 게 있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 학생 체면은 뭐가 되냐고, 부스 뒤쪽으로 가서 조곤 조곤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 앞에서 혼내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그리고 위험 요소가 있고 지켜야 할 규칙이 있으면 부스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진행 요원들에게 주의사항을 확실히 전달했어야지, 다 벌려놓고 일 터지니 그제서야 학생 탓 하는 당신이 잘못한 거라고.

 담당자가 혼내던 걸 멈추긴 했는데, 우리가 떠나 오고서도 학생이 괜찮을지 계속 걱정이 되었다. 이런 행사장 나와서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려는 학생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얼마나 기죽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