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날씨, 그래도 반짝반짝한 브레멘의 크리스마스 마켓

2018. 1. 8. 07:32해외여행/2017 독일 주말나들이

일요일 정오에 광장에서 인형극을 한다는 말을 듣고선 매주 일요일 '맑음'이 예보에 뜨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흐리지 않은 주말은 몇 주를 기다려도 결코 볼 수 없었다. 결국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인 12월 8일, 수빈이와 하노버에 아이슬란드 준비 쇼핑을 하러 가려다 브레멘도 보고 오기로 했다. (하노버가 주 목적이고 브레멘이 덤이었는데, 주객전도가 될 줄 이땐 몰랐지…)

 

구글 날씨에선 비가 올 거라 하고, 기본 날씨 앱에선 눈이 내릴 거라 했다. 차라리 눈이 와라 간절히 빌면서 아침 일찍 하노버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하노버 가는 길엔 구름 사이로 신이 은총 내리듯 햇빛이 쏟아졌다.

 

하노버 가니까 어찌나 하늘이 새파랗던지.

날씨 좋으려나보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브레멘 딱 내리니까 날씨 변덕이 아주 그냥...

해는 온데간데 없고 먹구름이 잔뜩 낀데다 엄청 추웠다.

 

처음엔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려서 패딩이 젖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조금 지나니 애플과 구글 날씨 예보를 합친 진눈깨비가 내리고

우박이 투두둑 떨어지더니

곧이어 함박눈까지 쏟아졌다.

 

정말 변덕스런 날씨 덕에 다이나믹한 브레멘 여행이 되었다.

 

꼬마요정 같은 초록불!

 

다이애건 앨리를 걷는 것만 같았던 Böttcherstraße.

 

중앙역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바로 나오는 Marktplatz!

마켓의 불빛이 너무 화려한데다 날씨까지 흐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본래 느낌이 많이 가려진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Böttcherstraße에서 나오면서 마주 보이는 마켓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말하던 브레멘의 매력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브레멘 음악대로만 알고 있던 브레멘이라

동화마을처럼 작고 소박할 줄 알았다.

괴팅엔 정도나 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켓 지나서 꺾으면 또 마켓이 나오고

다른 골목으로 빠져나오면 또 마켓이 있을 정도로

꽤나 큰 도시였다!

 

출출해져서 손가락같은 새우 네 개가 끼워진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새우가 반짝반짝한 게, 비주얼은 극강이었는데

샌드위치가 차가워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에 파울이 함부르크 명물인 생선 샌드위치를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함부르크 근처인 브레멘 역시 그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다.

하지만 샌드위치 사이에 떡하니 끼워진 생선을 보니

전에 슈니첼 가게에서 먹었던 그 올모스트 날생선이 생각나 도전할 생각이 싹 가셨다.

 

마켓을 전부 스캔하고 가장 컵이 예쁜 곳에서 글뤼바인을 사마셨다!

그런데 여기 브레멘은 컵 보증금을 3유로나 받아서

예상과 달리 퍽 비싼 기념품이 되어버렸다.

 

Marcus Brunnen!

 

성 베드로 성당(St. Petri Dom Bremen)

 

브레멘의 메인 성당이라 관광객도 많았지만

다른 도시의 성당보다 훨씬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초를 하나 켜고,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달라 기도했다.

 

기둥마다 붙어있던 알 수 없는 숫자들

궁금해서 찾아보려 찍어왔는데,

검색해봤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예배에서 읽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의 페이지를 알려주는 거라고 어디서 읽었다!

 

성당에서 잠시 쉬며 젖어서 얼어버린 발을 녹이고 나와

크레페 하나를 사먹었다.

크레페는 당연히 누텔라 크레페!

 

꼭 한국 포장마차에 온 것 같이 정과 웃음 많은 주인이었다!

누텔라를 발라주며

"한 번 더?"

하고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래서 "네!!!! 많을수록 좋죠 ㅎㅎㅎㅎㅎㅎㅎ"

 

진짜 한 입 베어물 때마다

누텔라가 주륵주륵 흐를 정도로

넘치는 인심♥

 

마지막으로 슈노어 지구(Schnoor Viertel)에도 들려서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구경했다.

 

가게 간판 하나 하나

숨겨진 골목 안의 작은 소품 가게 하나 하나

다 너무 앙증맞고 예뻐서

눈 오는 날 신난 강아지처럼

이 골목 저 골목 막 쏘다녔다.

 

작은 사탕가게에서 친구들 선물할 사탕도 두 봉지 고르고

기념품 가게에서 브레멘 음악대가 그려진 일러스트 엽서도 하나 샀다.

 

결국 브레멘에서 눈 + 비 + 바람 맞으며 체력이 방전되어

하노버에선 제대로 쇼핑도 못 하고 결국

괴팅엔에서 사지 뭐, 하며 기차에 올랐다.

 

궂은 날씨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브레멘은 반짝반짝 예뻤지만,

옛 도시의 고즈넉한 분위기 만끽하러

마켓이 끝나고 차분해졌을 때 다시 한 번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