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DaF 수강신청 / 동아리 소개제 / 스포츠센터 체험 기간

2017. 10. 17. 06:54독일생활/Tagebuch

2017. 10. 16.


1. DaF(Deutsch als Fremdsprache) 수강신청


 처음에는 학점 인정이 되지 않으니 DaF 수업을 듣지 않으려했다. 그러다 결국 한국장학재단 장학금을 포기하고, 6학점만 챙기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는 수업을 들어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거라면 독일어를 늘릴 수 있는 DaF 수업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학점에서 자유로운데다 성적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자유롭게 들을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챙이 자신을 포함한 교환학생들이 모두 Sprachenzentrum에서의 수업이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고 해서, 그 말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Herbst Kurs를 들을 때 DaF 수업에 대해서 이미 공지를 받았다. 무료인데다 학점 인정도 되기에 신청자가 많아서 수강신청을 대기타다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초긴장 상태로 오늘 오전 8시를 기다렸다. 나는 한국에서 늘 그래왔듯 창을 분할해서 초시계와 신청 버튼을 동시에 띄웠다. 어젯밤에 테스트해본 결과 동시 로그인도 허용되길래 태블릿으로도 신청할 수 있게 준비를 해두었다. 진짜 만반의 준비를 했다.


 8시 땡 치고 양손가락으로 버튼을 탁 눌렀는데, 오! 둘 다 성공했다! 그래서 못 넣을 거라고 생각했던 단어 수업까지도 넣었다. 총 3개의 수업을 넣은 거다. 기쁨과 안도에 취해 톡방에 너희는 성공했냐 물었더니, 실패한 애가 없었다. 가만보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고, 몇 개의 수업은 10분, 20분이 지나도록 빈 자리가 있을 정도였다. 다만 인기 있는 수업은 2분이 채 안 되어 자리가 다 찼다.


 Vorlesung만 들으니 독일어를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독일어로 대화할 자리도 사람도 생겨서 무척 다행이다.





2. 동아리 소개제



 오후 수업을 들으러 ZHG에 갔는데 문 앞에 하얀 종이가 붙어 있었다. Dr.~의 수업이 오늘 휴강하고 수요일에 진행된다는 공지였다. 아 불안한데, 이거 내 수업 같은데…….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아 왜! Stud.IP에는 오늘부터 수업이라고 적어놓고선... 강의실에다가 휴강 공지 때리는 건 진짜 학생들 똥개 훈련 시키는 비매너다! 내가 집 가까우니 덜 억울하다만…….


 그래도 정신 차리고 돌아보니 빈 자리마다 사람들이 테이블을 펴놓고 뭔가를 홍보하고 있었다. 동소제 비스무리해보였는데, 연필과 팜플렛을 나눠주는 곳이 있어 슬 다가가 하나 들고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흡족해서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다른 부스들 보니 솜사탕도 나눠주고 게임도 하고 선물도 한아름씩 안겨주고 있었다. 부스 담당자들이 그렇게 말을 많이 거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선물 하나씩 집어 가길래 나도 막 신이 나서 폴랑폴랑 날아다녔다. 간혹 팜플렛을 나눠주며 독일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완전히 알아듣진 못해도 "Ach so?", "Ach ja!"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끄덕끄덕하고 선물을 받았다.



 healthy campus Göttingen이 여기 저기 것들을 모아 같이 주는 거라서인지 제일 푸짐했다. 무슨 사과에 당근에 주스, 지압공, 선글라스(?!), 치약, 칫솔, 목줄까지……. 사인펜이랑 지우개, 연필깎이도 받았고 연필이랑 주전부리도 받았다. 아, 그리고 가톨릭 학생회에서는 가방과 함께 양초를 받아왔다. Kompetenzzentrum의 까만 에코백은 얇긴 하지만 그래도 예뻐서 오늘 받자마자 들고 나갔다. 이 물욕 많은 사람을 동소제가 풍요롭게 해주었구나. *_*



 그 와중에 또 신기한 ZHG 천장을 발견했다. 딱 빛 드는 곳에 작게나마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놓았길래, 인테리어도 예쁘고 좋은 아이디어다- 하고 생각했다.




3. 스포츠센터(Hochschulsport Göttingen - Sportzentrum der Universität Göttingen) 체험 기간


스포츠센터 프로그램 일람(https://store.sport.uni-goettingen.de/sports/sport)


 이번 주부터 2주간 스포츠센터의 강의를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진짜 페이스북 덕분에 많은 정보를 쉽게 얻는다. 아무튼 요가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서 현아랑 체험해보기로 했다. 딱 마침 오늘 오후 6시 45분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어서 그걸 들으러 쫄랑쫄랑 스포츠센터로 갔다. 현아를 기다리면서 스크린에 뜨는 프로그램 목록을 보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왜 요가가 없지?


 현아가 보내준 스크린샷을 다시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요가 수업은 다음 주부터 시작이었던 거다. 아아아아 괜히 왔잖아……. 하지만 이미 현아와 치히로가 스포츠센터에 거의 다 도착했을 시간이라 그냥 기다렸다가 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해보자 싶었다. 7시에는 그룹 피트니스 두 개랑, 핸드볼. 8시엔… 보니까 8시에 유도 수업이 있었다. 구미가 당겼다. 현아랑 치히로를 만나 유도를 하자고 꼬셨다. (아 그와중에 치히로한테 호렌소 게임 물어봤다 ㅎㅎㅎ) 하지만 8시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지칠 것 같았는지, 둘은 그룹 피트니스를 하겠다고 들어갔다. 나는 어차피 수빈이도 기다려야 하고, 저녁도 안 먹고 와서 너무 배가 고프니까 그냥 샌드위치를 사서 카페에 앉아있기로 했다.


 근데 들어간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현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 언니, 나 그냥 나왔어.

- 왜?

- 그룹 피트니스가…… 우리가 생각한 근력 운동이 아니고 노래 맞춰서 하는 에어로빅이더라고.


 ㅋㅋㅋㅋㅋㅋ치히로는 심지어 호기롭게 옷 갈아입고 가겠다고 잠시 샜다가 뭐 하나 안 해보고 곧바로 나왔단다. 예상치 못한 에어로빅이라니. 결국 다같이 앉아 수다를 떨다가 유도를 맛보고 가기로 했다.


 수빈이까지 도착해서 넷이서 저 깊은 곳에 있는 유도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식 도복을 차려입고 띠를 맨 선수들만 한가득이었다. 그룹 피트니스는 100명 가까이 모였다길래 여기도 체험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는데, 뭔가 우리가 난입한 거 같아져서 조금 민망+당황했다. 하지만 파란 도복을 입은 보스(!)가 친절하게 처음이니 도복이 없어도 괜찮고, 보고 싶으면 보고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면 된다고 독려해주었다. 우리는 참여하러 왔습니다! 하하핳


 체험자는 나랑 현아, 수빈이, 치히로, 그리고 아...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다섯 명이었다. 몸 풀기는 모두 함께 30분 가량 진행했다. 조금씩 어려운 단계로 올라가며 유도에 적용되는 자세를 연습했는데, 다 할 수 있었지만 딱 하나, 앉은 자세로 옆으로 구르는 게 죽어도 되질 않았다. 진지하게 하고 싶었는데, 넘어갈 때의 그 어정쩡한 내 자세가 너무 우스워서 자꾸 웃음이 터졌다. 옆 사람이 300번만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었다.


 그 다음엔 체험자들만 모여 낙법과 엎어치기의 기술을 맛보기 정도로 배웠다. 뒤로 구르기 평생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데, 몇 번 자신감을 갖고 하니까 슝 넘어가져서 엄청 의기양양해졌다! 낙법에선 턱을 당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연습하다가 실수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선 아 진짜 이거 아스팔트였으면 뇌진탕 왔겠다 싶었다. 턱을 안 당기면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되니까, 떨어질 때면 언제나 턱을 당기고 팔을 몸 가까이로 가져와 바닥에 탁 쳐서 몸에 텐션을 주어, 머리가 다치지 않게 하는 거라고 하셨다. 엎어치기도 '치기' 빼고 '엎어'까지만 배웠다. 상대의 팔을 쭉 당겨 내 몸에 밀착시키고, 상대를 들었을 때 안정적으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어야 바른 자세라고 한다.


 아무래도 다음에 또 오게 꼬셔야 하니까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가르쳐주신 거 같다. 진짜 처음 배우는데도 진입장벽 없이 재미있게 배웠다. 끝날 때는 카rrrrrrro가 우리의 이름을 물어보고 열심히 머리에 넣고 갔다. 다음 번에 만나면 잊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니, 다시 묻더라도 양해해달란 스윗한 말까지. 다만 저번 Herbst Kurs에서 배운 요가가 너무 좋았어서, 요가 코스를 수강할 것 같다. 함부로 맛보기 해도 안 되겠는게 사람들이 첫 수업부터 정 주고 이름 외워주고 신경도 써주고 다음에 당연히 올 것처럼 대해줘서 발 빼기가 민망해진다는 거. 허허허 하지만 요가 가는 건 가는 거다.


 그나저나 몸 풀기 과정에서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바닥과 잘못 부딪혔는데 아직까지도 좀 아프다. 별일 없겠지. (아 스포츠센터가 좀 외진 곳에 있어서 빛 공해가 덜한데, 그 덕에 오늘 너무너무 예쁜 별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카시오페아, 안드로메다, 베가, 백조자리, 심지어 별똥별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