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장학금에 발 묶인 기분, 알 길 없는 학점 인정 규정

2017. 10. 13. 06:55독일생활/Tagebuch


2017. 10. 12.


 거의 멘붕 수준이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받은 장학금인데, 학점 이전 행정 규정과 아귀가 어떻게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발목을 꽉 죄고 있다. 한국학도 없고, 한국 문학도 없고, 사학과에서도 동아시아 역사라곤 중국 밖에 안 다루는 곳이니 국사학 전공 관련이 있을리가 만무한데, 학점 이전 규정은 전공 관련 수업만 인정하는 게 원칙이란다.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은 그런거라니까, 나는 부득이한 사유 아닐까 했는데, 이건 또 지도교수님께 실라부스 보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단다. 그러려면 일단 들을 수업부터나 좀 확인이 되어야 하는데, 이쪽 코디네이터한테 보낸 메일에 대해선 답장이 감감 무소식이다. 일단은 미술사보단 세계사가 그래도 전공 인정 확률이 높고, Vorlesung도 많으니까 사학과 쪽 수업을 듣고 싶은데, 그러려면 미술사 코디네이터가 사학과 코디네이터에게 문의를 넣거나 컨택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아 진짜 꼬이고 꼬였다.


 전공 인정이 안 되더라도 일선으로라도 인정해주면 일단 장학금 문제는 넘어갈 수 있는데, 일선 인정은 해주는지의 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다. 조교님은 전공이냐 일선이냐가 지도교수님 의견에 따라간다고 하셨으니 전공 인정 안 되어도 일선으로라도 학점 넘길 수 있는 건 아닌가 싶지만, 이것도 확실하지가 않다.


 우리 학교가 교환 협정 유치하려고 영어 강의 수나 학생들의 평균 영어 수준 같은 걸 뻥튀기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 실적 높이려는 거 알겠고, 그렇게 애써서 보내주는 것도 일단은 좋은 일이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좀 명확하면 좋겠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놀라고 보내는 것도 아니면서, 다녀와서 제일 중요한 학점 인정은 진짜 시스템이 말도 안 되니, 이거 뭐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리고 출국 전에 하는 국외 수학 허가는 대체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거 하는 걸 까먹는 바람에 출국하고 나서까지도 그렇게 전전긍긍했는데, 결국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거였잖아. 제대로 확인도 안 할 거면 뭐하러 도입한 건지 모르겠다. 경영대는 거기에서부터 꼼꼼하게 확인하고 승인해주는 거 같은데.


 돈에 발 묶이는게 이렇게 초조하고 예민해진다.


 자처해서 이방인이 되어놓고선, 소외감 느끼면서 궁상떠는 건 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문제도 해결이 되든 엎어지든 할 거라는 걸 알지만, 한 치 앞을 모르고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때가 너무 오랜만이라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좋은 건, 2주 가까이 비만 내리던 우중충한 날씨가 드디어 개어, 예쁜 노을을 봤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는 마음 놓을 여유가 없어 가족들과 연락 한 통을 못했다. 이제 한국은 아침이니까, 전화 한 통 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