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2017. 9. 6. 04:27문화생활/전시

2017. 08. 18.



록빈이와 함께 간 대림미술관 전시, 'The Selby House'.

이름과도 같이 'Selby' 작가가 미술관 전체(!)를 자신의 집처럼 꾸민 전시였다.










건물 전체를 활용했다는 말은 정말 말 그대로였다.

미술관 내부의 벽 페인트 색도 남달랐고,

건물 외벽과 유리창에도 그의 일러스트로 가득했다.






심지어 티켓팅하는 곳의 뒷편에 설치된 커튼마저, 그의 일러스트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었다.

스탭들 옷차림이나 그들의 역할 설명 또한 센스가 가득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것이 셀비인지, 혹은 다른 기획자인지 모르겠지만

전시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챙긴 센스가 돋보였다.

순회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대림미술관 온라인 회원인 경우에 20% 할인을 받아

4800원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티켓도 일러스트로 귀엽게 꾸며 버릴 수가 없게 만들어두었다.






앱을 다운로드 받으니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잘 되었음에도 설명이 뚝뚝 끊겨서

듣다가 그냥 말자, 하고선 혼자 상상력을 동원해 전시를 관람했다.

사진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추측해보는 것.

꽤 재미있는 관람 방법이었다.






'Selby the Photographer'에서는 그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했던 사진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래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그가, 유명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블로그에 전시하면서 세계적인 포토그래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수집할 생각을 했다는 데서 셀비의 발상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SNS도 없던 시절, 사람들이 무척이나 궁금해 할만한 스타들의 사생활이라니,

게다가 블로그에 접속만 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그 수집한 결과물을 구경할 수 있다니.


또 하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것은,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이었다.

한 사람의 집을 촬영하는 그의 프로젝트라면 이렇게 모아 전시하는 게 당연해보일 수 있지만,

사진들을 큼지막히 일렬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함께 모아놓고, 손글씨로 타이틀을 적고, 옆에 일러스트까지 곁들이니

벽 하나 하나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Selby the Photographer의 초입에서 볼 수 있는 가족 사진이,

자연스러움이 가장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도망가는 아이를 붙잡으며 당황스러운 웃음을 짓는 아이 아버지.

전시를 본 지 꽤 되어 그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기억에 남는 사진 중 하나였다.






아 여기 나오네!

Ozzie Wight!






패션을 몰라도 그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

그의 이름을 읽기 전부터 이미 큼지막한 구두 사진을 보고,

아 구두 디자이너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칼 라거펠드'

처음엔 그의 집을 보고 모델인가, 생각했는데

책이 하도 많아서 뭐하는 사람인가 감이 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였다.

독서광이라고 소문이 났다는데,

정말로 가진 책이 정말 작은 마을 도서관을 차려도 될 규모였다.














뉴욕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옥상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애니 노박'






동물을 사랑해서 그들을 아프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털을 깎아 섬유를 만드는 '암비카 콘로이'

동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손뜨개 디자이너 '린지 디건'의 일러스트.

3살 때 할머니로부터 바늘 세트를 선물받은 것을 계기로 뜨개질에 관심이 생겼다는데,

그녀의 뜨개질 작품들도 멋있었지만

일러스트가 그녀의 모습과 작품을 너무 잘 표현해놔서 눈길이 갔다.










헤어 디자이너 '마리솔 수아레즈'






지드래곤과의 스캔들로 한국 대중에게 유명해진 일본 모델 '키코'!






Selby the Photographer 관람이 끝나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전

세 벽을 세 가지의 주제 각각의 사진으로 꾸며놓은 공간이 있었다.

인물 란은 잘 찾아보면 아는 얼굴도 보였다.

내가 찾았던 사람은 케이티 페리!







3층의 첫 번째 공간은 'Selby the Illustrator'로,

그가 그린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일러스트를 잘 살펴보면 셀비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했다.

"나는 대상을 화면에 그대로 옮겨 그리고자 하지 않는다.

나는 그림에 나만의 색채, 미학, 유머와 같은 개성을 담고 싶다."

셀비가 그렇게 말했다 한다.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는지 묻는다면, 글쎄.

그의 일러스트가 더 멋져보였던 것은 여기에서보다, 이 아래.

'Selby the Storyteller'에서였다.






'Tea Time with Ricki and Vix'

사진의 주인공을 나타내는 다양한 사물의 일러스트로

큼지막한 사진의 액자 테두리를 장식한 몇 개의 사진.

그중에서도 리키와 빅스의 티타임 사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온갖 것들의 조합.

온 몸에 타투를 한 커플이 똑같은 드레스를 맞춰입고

엄청 고상해보이는 다기 세트를 갖춰놓고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허허허허허 그 와중에 또 달달한 모습은 예뻐서!






그 다음 공간은 'Selby the Traveler'.

셀비는 뉴욕과 로스엔젤러스를 오가며 생활했기에,

두 도시에서 마주쳤던 것들과 비행 중 떠오른 생각들을 이 공간에 담았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방의 오른편에 있는 뉴욕.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자유의 여신상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보면

아 여기는 뉴욕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이곳은 보다시피 LA다.

셀비가 자신의 존재감을 뿜뿜하는 SELBYWOOD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Selby the Room!

미술관의 그 어느 곳보다도 셀비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그의 어릴 적 방, 작업실, 그리고 거실이 재현되어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보였던 작업실이지만, 그 만의 우주가 여기에 있겠지.

의자에 걸린 청자켓을 보면서

아 정말 수집광 맞구나, 하고 웃었다.






그에 비해선 의외로 차분해보였던 거실!

물론 한쪽 벽이나 소파의 패턴이 남달랐지만,

작업실에 견주니 이곳은 정말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ㅎㅎㅎ






1층으로 다시 내려오면 있는 굿즈샵!

그의 사진집부터 노트나 에코백, 스티커 등을 팔고 있었다.






마스킹테이프도 예뻤음!






요즘 본 전시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즐긴 전시였다!

또 개인적으로는 전시에 가서 혼자 조용히 관람하는 편이라,

미술 전시를 보며 화보를 찍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좀 어려웠는데

록빈이가 찍어 준 사진들을 보니 왜 미술관에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지 이해가 되었다.

웬만한 곳에서 나올 수 없는 조명발이 있었다. ㅋㅋㅋㅋㅋ

사진 찍는 스킬이 없다고 록빈이한테 눈치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프사 하나 뽑아줬으니 잘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