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상반기 사진일기

2017. 3. 20. 13:03데일리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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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랑 생크림으로 리코타치즈를 만들었다!

홈메이드 리코타치즈라니, 내가 리코타치즈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나.

우유랑 생크림에다 식초 살짝 소금 살짝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시간만 오래 걸릴 뿐, 라면보다 쉽다 정말!

그렇게 만든 리코타치즈랑, 양상추, 딸기, 직접 만든 오리엔탈 드레싱으로 정말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부드럽게 간 미숫가루까지 곁들이니 정말 건강 가득한 브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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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브런치는 오빠가 만들어 준 모닝빵 샌드위치.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운 모닝빵에 양상추와 홈메이드 리코타치즈, 딸기쨈을 넣으니

달달도 하고 상큼도 하고 건강한 맛도 나는 샌드위치가 되었다!


저번에 서가앤쿡에서 먹었던 걸 고려하면,

여기에 딸기쨈 대신 파인애플을 끼우면 과즙 팡팡한 샌드위치가 될 것 같다!


아무리 샌드위치라도 모닝빵 두 개로는 저녁까지 버티기에 부족할 성 싶어 

예전에 수연이와 갔다가 그 맛에 반했던 타코집에 가기로 했다.

1시 5분에 주문을 했는데, 15분에 테이블엔 빈 그릇만 남아있었다.

타코순삭!

그 와중에 찍힌 줄도 몰랐던 사진.


그리고 저녁엔 예전부터 가기를 학수고대했던 합정 앤트러사이트에 들렀다.


BGM에 맞춰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가 큼지막히 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을 복합적인 예술 공간으로 느껴지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카운터와 커피 제조 테이블로 멋지게 재탄생했다.


카페에서 직접 블렌딩 한 원두는 네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유명한 문학인의 이름을 딴 것도 있었다.

파블로 네루다와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전집도 한쪽 벽에 나열되어 있었다.


테이블이 큼직큼직한데 사람은 많아서

큰 테이블에 둘씩 둘씩 둘러 앉았다.

사람이 많고 자리는 별로 없어서

작업을 하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지만

두 명이서 이야기 나누기엔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군데 군데 조명이 있어서

상대방에게 집중하기도 좋고,

작은 소음의 집합이 배경처럼 깔려

오히려 상대방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기도 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이틀 전 오빠가 엄청난 기대를 하며 공동 구매 신청서를 적어 냈던 랍스타를 수령해왔다.

야참으로 먹은 이 새빨간 랍스타는 진짜 짭조름한 육즙이 줄줄줄 흐르는 진짜 맛있는 살이 가득했다!

나는 거의 10년 만에 먹은 랍스타인데, 오빠는 생전 처음이라고,

그래서 둘이 양팔 걷고 엄지 척 세우며 먹었다!

이것만 먹고 끝내기 아쉽다고 국물에 밥을 말아 볶아도 먹고, 라면에도 부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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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크릿 카페,

큰길 건너 골목에 있는 'little place'다.

가격도 저렴한데 라떼를 담아주시는 머그잔이 큼지막하기까지 하다.

사장님 인심도 너무 좋으셔서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2시 이전에 가면 500원 할인,

비 오는 날에도 500원 할인!

최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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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는 저녁마다 오븐에 넣고 빙글 빙글 돌리며 구운 닭을 파는 아저씨가 있다.

집에 들어갈 때 노랗게 구워진 닭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기는데,

가격도 겨우 6000원!

치킨 배달 시켜 먹을 가격으로 이 통닭구이를 세 번이나 사 먹을 수 있다.

옆 마트에서 콜라랑 맥주까지 사다 놓고 먹으면 행복한 치맥타임이 된다.

굽네 저리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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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일!

날짜를 일부러 세는 건 아닌데

우연찮게 전날 날짜를 세보니 딱 699일이어서

오빠한테 말 않고 있다가

예쁜 선인장 화분을 사서 마중 나갔다.


하루 알바로 기업 모의 적성 시험을 치르고 온 오빠는

진이 완전히 빠져서는 터덜 터덜 걸어 나왔다.


약수역에 유명한 면류 식당이 있길래 가봤다.

이름은 '치면식당', 동네 국수집 같은 이름이었는데

생긴 건 정말 반전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계단 옆으로 전구들이 반짝 반짝 켜져 있었다.

(화장실도 정말 멋있다고 한다!)


메뉴는 대부분 면 종류인데,

신기하고 낯선 조합의 메뉴가 많았다.

먹은 지 오래되어 주문한 메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운 토마토 국물의 스파게티와

카레 베이스의 스파게티를 먹었다.


양도 많고, 사장님이 와인 서비스도 주시고!


빵빵해진 배를 통통 두드리며 조금 걸어

근처의 '347'이라는 카페에 갔다.

인스타에서 티라미수가 맛있다고 하길래,

(그리고 서비스로 *마카롱*을 준다고 하길래!)

여기다, 하고 찾아갔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카롱도 정말 서비스로 주셨고!!!

티라미수의 빵도 엄청 촉촉하고,

커피도 맛있고!


간만에 여유로운 데이트를 한데다

오빠가 말문 트인 사람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해줬고

먹은 것들도 다 만족스러워서

정말로 행복한 700일이었다!



3/11


요즘 스쿠터를 타며 바람 막는다고 반다나니 귀마개니 장갑까지 끼는데,

그 와중에 발견한 오토바이가 우스우면서도 내심 공감이 되었다.

바람 앞에 완전 무장한 그의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ㅋㅋㅋㅋ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는데 도서반납실이 조금 달라져있었다.

통유리를 통해 반납된 책이 어떻게 되는지 다 볼 수가 있었는데,

되게 단순한 기술일텐데도 너무 신기해서 책 한 권 넣고선 유리에 코 박고 쳐다봤다!


학관 플루이드에서 밀크티 한 잔을 사들고선 나오다

본부 창문에 걸쳐진 사다리차를 보았다.

그게 그날 하루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이야.



3/14


날이 참 좋았던 날,

점심을 먹고 광합성을 하며 커피를 마시다가

디자인 전시도 하나 보고 나와서

자하연 앞을 지나는데


어떤 분이 벤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 느리고 따뜻함이 너무 보기 좋아서,

나도 햇빛 낭낭한 83동 계단에서 일기를 썼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하냥이

큰 집 작은 집, 재밌는 놀이 도구들까지

학생들의 사랑둥이로 등극해있었다.


"하품은 옮습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계단 밑 사람들 세상


코가 다 해진 신발



3/17


아빠가 주신 봄 선물 용돈으로

노랑노랑한 신발을 샀다.

오늘 처음 신었다!

꼬까신 신은 아이처럼 신이 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태슬이 달랑거리는 게 너무 마음에 든다.

신발만 봐도 봄이 온 것 같아 설렌다.



3/19


새로 돈까스 집이 오픈을 했길래 가봤다.

돈까스는 양도 많고 맛도 좋았는데

함박스테이크는 날 감동시키지 못했다...ㅠㅠ

역시 식당에서는 그 식당의 주력 메뉴를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과외 가는 길엔 낡은 '반포 솜틀집' 입간판이 있다.

저 뒤의 광명자전거도 참 낡고 오래되어 보인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은데,


오빠가 이 간판들을 보더니

'반포'라 하면 부의 상징, 부자 동네인데

이렇듯 녹슬고 오래된 간판이라니

반포가 참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오후 세네 시의 따뜻한 햇살과

노란 신발과

하얀 양말

파란 청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