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2017. 3. 17. 14:00문화생활/전시

2017. 03. 12.


뻘소리부터 하나 하자면, 전시도 전시지만 사실 전시를 핑계로 교토마블에 가려한 거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딱 휴일이었다.

아, 또 언제 가나.



어쨌거나, 보려했던 전시는 한글박물관의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타이포 관련 전시일 줄 알았는데, 가보니 그래픽과 입체, 영상 전시였다.


1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어둠 속을 밝히는 '훈민정음'이 있다.

글을 모르는 '까막눈' 백성에게 '훈민정음'은 빛이 되었다,의 의미로 구성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전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다.

오빠가 먼저 보고는 '우와' 하고 감탄했는데, 그 소리에 돌아본 내 입에서도 '우와' 소리가 나왔다.


전시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달-깃들다'

잘 보면 맨 앞은 '달'이라는 글자이지만 뒤로 갈수록 점차 '깃'이라는 글자로 변한다.


아티스트의 작품에 이러한 코멘트가 칭찬일지 모욕일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이 너무 아름다워서 침실 벽에 저것 하나 걸어놓으면

그림 액자도 필요 없고 조명도 필요 없는 인테리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작품이 소유욕을 불러 일으킨다는 건 그만큼 미적 수준이 높다는 것이니 그래도 칭찬에 가깝지 않을까?)


'한글디자인'이라는 말에 당연히 2차원 평면의 작품들일 거라 생각했던 게 무색한 작품들이었다.


흔히들 한글의 과학성만을 이야기하며 높게 평가하고, 자부심을 가지곤 하는데,

그만큼 다른 글자보다 세상에 늦게 등장했으니 어찌보면 더 발전된 글자여야 마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중일의 문자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말했다.


"It's Korean if

there are lots of circles and ovals

there are lots of straight lines

it looks like the symbols are making faces at you"


한글을 문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그래픽으로 받아들이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특징적인 것이 '원과 선'인 것이다.

폰트를 디자인하면서도 느꼈지만, 그 기하학적인 특성이 한글의 참매력이고 더 큰 디자인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것 같다.

원과 선이라니, 이 단순한 도형의 조합으로 얼마나 다양한 네모꼴을 만들어낼 수 있나.

 

짧지만 재미난 전시.